* 이 내용은 실화를 바탕으로 각색한 픽션입니다 *
[4학년]
"0월0일날 신체검사 할거야. 미리 준비해~"
애나 어른이나 외모에 민감한 건 매 한가지다.
그래서 신체검사 날을 아~주 아주
한참 전에 알려줘서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한다.
그래야 사건사고도 적고, 원망도 덜 받는다.

학생들은 아주 난리가 났다.
"어머! 다이어트 해야돼. 오늘부터 1일 1식할거야."
"나도!"
"난 저녁마다 달리기 할거야."
아주 운동이고 절식이고
별의별 말이 다 나온다.
그리고 몸집이 있는 몇 명은 쉬는 시간에 나와서
몰래 이야기 한다.
"...선생님, 몸무게랑 키랑 애들도 다 보게되나요?
비밀로 해주시면 안돼요?"
"3학년 때 해봤잖아. 선생님이랑 너만 보는거야.
걱정하지마~."
그리고 신체검사 날이 되기까지
아주 떠들석하게
어떻게 몸매 관리를 하는지,
어떻게 하면 키가 크는지가 학생들의 주 토크 주제가 된다.
도토리 만한 것들이 ㅋㅋㅋ아주 귀엽다.
신체검사 당일.
한 학년 전체가 순차적으로 하기 때문에,
항상 정해진 시간보다 빠르거나 느린 시간에
바톤을 넘겨받게 된다.
앞반에서 다 끝났다는 소식을 받으면
이제 우리반 차례.
남자 1줄, 여자 1줄로 줄을 서서
보건실로 내려간다.
남들은 수업시간이기 때문에
이동할 때 특별히 조용히 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 학교 보건실은 사이즈가 작아서
학생이 모두 들어갈 수가 없다.
그래서 올해 앞번호를 맡은 여학생들만
모두 보건실에 들어와 바닥에 착석하고,
남학생들은 복도에 한 줄로 서 있는다.
이 때 보건실 밖에 있는
남학생들의 정숙을 유지시키는 것도
담임의 중요한 업무이다.
(그래서 때로는 읽을 책을 한권씩 들고가게 하거나
갑자기 학습지를 나눠주고 풀게하기도 한다.)
보건실 밖을 그렇게 잠깐 잠깐 신경쓰며
보건실 안에서는 신체검사를 시작한다.
말이 거창하지,
실제는 간단하다.
키와 몸무게를 재는 기계에
번호대로 올라가면,
찌이이잉 하면서 키 재는 바가 내려오고
전자로 키와 몸무게가 전자판에 표시된다.
그럼 본인 확인을 시키고,
담임은 수기로 표에 기록을 한다.
한명씩 해서 여 학생이 다 끝나면,
여학생과 남학생의 위치를 바꾼다.
그렇게 밖의 여학생이 크게 떠들지 않도록
신경쓰며 남학생까지 하나하나 검사를 하고
교실로 올라간다.
올라가면 이제 시력검사를 해야 한다.
학교에서 하는 시력검사는
전문가가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확한 시력을 잰다기 보다는
눈이 아주 나쁘거나
좌우 시력이 다른 학생들을 찾아내려는
시도로 보면 된다.
따라서 학교 시력검사를 100% 믿지말고
정밀한 검사는 전문가에게 받도록 하자.
하지만 학교에서 시력이 매우 나쁘다거나
좌우 시력이 많이 다르다면,
꼭 다시 검사를 받아보고 조취를 취해야 한다.
무시했다가는 중학교 가서
학생이 큰 고생을 할 수도 있다.
보통 앞에 시력검사대를 놓으면
학생들이 보고 외워버리기 때문에
뒤 쪽에 놓고 하거나,
옆쪽에 놓는다.
검사하지 않는 학생들에게는
할 것을 쥐어줘야 한다.
왜냐하면 1명은 검사받고, 나머지 이십 몇명의 학생이
제각기 말을 한다면,
검사받는 학생의 대답이 잘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뭐 당연한 말을...)
그리고 한 번에 반 전체의 눈 양쪽을 검사하는 것은
생각보다 매우 피곤한 일이다.
그래도 이 시력검사에 학생의 미래가
달라질 수도 있다는 마음으로
끝 번호까지 최대한 정확하게
시력을 검사해 주려고 하긴 했다.
마지막 학생까지 끝났다고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학생들은 자신의 시력을 방금 들었지만
까먹기 때문이다.
그래서 1번부터 마지막 번호까지
양쪽 눈의 시력을 다시 한번 불러줘야 한다.
물론 나중에 안내장에 써서 가정에 내보내긴 하지만,
지금 당장 잊어먹어서 쉬는 시간마다
찾아와 물어볼 일을 방지하려면
한번에 처리하는게 좋다.
시력검사대를 다음 반으로 보내고 나면
신체검사가 끝난 것이다.

하아... 수업하는 거보다 더 힘들어....
'교육 > 교단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교단소설] 남학생의 복수 (0) | 2023.09.16 |
---|---|
[교단소설] 심부름 하고 싶어요 (1) | 2023.09.07 |
[교단소설] 나는 분노조절 장애가 있다구요! (0) | 2023.08.29 |
[교단소설] 창문에서 우유를 던지다. (2) | 2023.08.28 |